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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기자의 커들링] 존재의 온도를 회복하는 커들링

- 사람을 사람답게 안아주는 일, 그 의미의 시작 -

등록일 2025년03월28일 18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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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기자의 커들링] “당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은 누군가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울림이 될 수 있다. 특히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고통 속에 갇힌 이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에게 이 질문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끈과 같다.

 

‘로고테라피’는 바로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심리치료 이론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인간이 삶의 고통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로 ‘의미’를 이야기했다.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힘을 다시 얻는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묻는다.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끊임없이 불안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의미를 회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커들링(Cuddling) 이다.

 

커들링은 단순한 스킨십이 아니다. 몸으로 전하는, 말 없는 공감. 커들링은 ‘안아주는 것’ 이상이다.  한 사람을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말없이 그 온기를 전하는 행위는 단순한 접촉을 넘어선다.  그것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언이며, 어떤 조건도 없이 함께 있겠다는 약속이다.

 

현대 사회는 빠르고 복잡하다. 우리는 말은 많이 하지만, 마음을 나눌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가까운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서도 진심을 전달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 안에서 커들링은 말보다 깊은, 비언어적 공감의 통로로 작동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곁에 앉아 말없이 품어주는 시간. 그 짧은 순간은 “나는 너의 아픔을 느껴. 나는 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수많은 말보다 더 강한 위로가 되어 마음의 문을 연다.

 
“왜 살아야 하나요?”라는 물음 앞에서 로고테라피는 인간 존재를 ‘의미를 찾는 존재’로 본다. 빅터 프랭클은 “의미에 대한 의지”를 인간 행동의 가장 근원적인 동기로 규정했다.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절망하고 병들며, 심지어는 생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치료이론은 ‘고통의 재해석’이라는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고통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 고통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존적 불안과 상실, 외로움, 죄책감조차도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커들링은 이러한 로고테라피의 정신과 닿아 있다. 다른 사람을 안아주는 그 행위는, 그 사람의 고통을 부정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통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견디겠다는 태도다. “너의 아픔은 소중하고, 나는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을 거야.” 그것이 커들링이 가진 존재론적 의미다.


회복적 정의의 시작은 ‘함께 있어주는 것’ 커들링은 인권의 가장 일상적인 실천이다.  특히 폭력, 차별, 소외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커들링은 “당신은 여전히 환영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선언이다. 사람은 고통 속에서 점점 침묵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않게 되고, 세상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되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도 잃는다. 그때 누군가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나를 품어준다면, 잊고 있던 자기 존재의 가치를 다시 느낄 수 있다. 특히 여성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정신질환의 경험자들에게 커들링은 삶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감각적 계기일 수 있다.

 
커들링은 '보살핌의 윤리'를 구현하는 방식이자, 사람 사이의 ‘회복적 정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는 이들에게 “말해보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커들링은 바로 그런 존재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어떤 향기로 남고 있나요?” 이 질문은, 커들링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기억으로, 어떤 온기로 남을까? 커들링은 타인의 삶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간직하는 향기와 같다.  그리고 그 향기는, 다시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포옹 하나, 손끝의 떨림, 팔 안에 안겼을 때의 그 안정감은 삶의 어느 순간에도 떠오를 수 있는 소중한 감각이다.  
그것은 곧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이자 근거가 된다.

 

세상은 때로 너무 차갑고 무심하다. 뉴스는 늘 충격적인 사건들로 가득하고, 소셜미디어는 비교와 판단으로 가득하다. 그런 세상 속에서 커들링은 가장 작고도 가장 강한 저항이다. 커들링은 외로운 사람에게, 아픈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말없이 다가가는 방식이다. 그 안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찾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며,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간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서둘러 조언하지 않고, 조용히 곁에 머무는 것이다. 그것이 커들링이고, 그것이 인권이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오늘, 당신은 누구를 안아주고 싶나요?  그리고,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안겨본 적 있나요?

 

삶이란 결국, 누구와 함께 했는가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더 따뜻하고 더 사람답게 채워질 수 있도록, 우리에게는 더 많은 커들링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안아줄게요. 우리, 커들링할까요?”
 

정민정 (ehalsk6883@daum.net)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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